2001년생은 빠른년생이 존재하던 거의 마지막 세대였다. 12월부터 2월 즈음에 태어난 아이들은 굼뜬 경우가 비교적 많았다. 나는 가장 굼뜬 축이었다. 유년기에 마주한 능숙하고 재빠르던 수많은 것들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미끄러지고, 떨어지고, 뒤쳐지거나 물건을 우르르 떨어뜨리는 악몽은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됐다. 어릴 적의 기억은 극복하기 어려운 조바심을 남겼다. 늘 뒤쳐지고 늦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관념처럼 내게 자리잡았다. 어디까지 성격이고, 어디까 트라우마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주한 성패와 관계없이 느껴지는 패배감은 점점 자라 산의 그림자처럼 그 윤곽을 알기 어려운 것이 됐다. 이제는 맨손놀이를 할 일도, 뜀박질하며 놀 일도 없기에 더더욱 덮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어느 날, 한동안 잊고 있던 조급함이 우울과 함께 내게 찾아왔다. 심장이 뛰고 현기증이 몰려왔지만 그 근원이 불분명해 한참을 고민하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각종 맨손놀이부터 뜀뛰기에서 밀려나고 버벅대던 기억은 기억 속 주거지와 학교 풍경과 함께 나를 괴롭혔다. 유년기의 기억은 자라면서 희미해지고, 상기하기 어려운 것이 된다.ㄴ